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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 우리가 머물러온 곳, 가혹하디 가혹한 이 세계.

 이미 수십 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행성, 지구의 거주민들은 재능을 가지고 활약하는 이들을 경계하며 배척합니다. 날이 가도 덜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 심한 경우에는 마치 분노라도 쏟아내듯 내리꽂히는 폭력까지. 일부 국가에서는 그저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두어두고서 범죄자나 다름없이 취급하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퍼진 부조리함, 세상의 어디까지 도망치더라도 떼어지지 않는 꼬리표. 우리를 배척하는 다수의 [ 일반인 ]들로 이루어진 여러 국가의 정부들은 열이면 열이 합세하여 우리에게 단 하나의 호칭만을 내어주었습니다. [ 재능인 ]. 그 간략한 단어 하나가 우리를 여기까지 내몬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 이 세계에서 타인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는 그 직업과 공헌, 종족 고유의 특성과 무관하게 ‘재능인’이라는 호칭 하나만이 붙여집니다. 이 재능인들은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인’들에 의해 세계적인 수준의 차별을 겪으며 배척당하고 있습니다.

▶ 우리의 발 밑은 언제부터 가시밭길이 되었을까요.

 그러나 무릇 화두에 오른 이들이 스스로는 잘못되지 않았다며 변명하듯이,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폭력이 아닌 자기방어라 정의합니다. 이들이 이리 말하는 것은 필시 과거에 발생하였던 참사, 재능인들에 의한 연쇄 테러사건 탓이겠지요.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스스로의 능력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용하여 세계의 권력을 쥐려 한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계 각국에서 테러를 자행하였고, 여러 국가가 연합해서야 전쟁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상황을 겨우 종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사건은 끝났지만, 상처입은 세계의 증오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모자를 찾아내 처벌한다 한들 입었던 피해가 복구될 리는 없었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분노하며 탓할 대상을 찾아 헤메이기 시작했고, 이내 한 가지의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사회의 대다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 이른바 천재라 불리는 이들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순조롭게,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분노의 화살을 한 곳으로 모았습니다. 마치 공공의 적을 만들어내듯, 내로라하던 인재들이며 뛰어나다 알려진 이들에게는 필연적으로 [ 재능인 ]의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 사람들이 재능을 가진 이들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 지금으로 따지면 ‘재능인’의 호칭에 걸맞는 이들이 모여 자행한 연쇄 테러사건이 발생하고서부터입니다. 파괴된 사회는 이 참사에 대해 책임질 대상이 필요했고, 결국에는 주모자들과 가장 큰 공통점을 가진 집단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재능인’들에게 불합리한 분노가 떠넘겨지게 됩니다.

그러나 결코, ...결단코 이 세계의 전부가 이리도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닐 터입니다.

IPATOPIA

▶ 우리에게는 작은 낙원이 있습니다.

 이파토피아 프로젝트, 30여년 전의 그 사건보다도 앞서 설계되기 시작한 이상향. 각국의 자본가들, 그리고 각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모여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계획입니다. 이 계획이 목표하는 바는 명료했습니다. 하늘 위에 인공적인 섬을 띄우는 것, 즉 사람의 손으로서 유토피아를 실현해내는 것입니다. 당초의 계획대로라면 이 섬은 진작에 대중에게 공표되어 관광지이자 군사력의 결집지로서 활용되었어야 하지만, 현대의 말을 빌리자면 [ 재능인 ]들이 프로젝트에 크게 관여하고 있던 탓일까요. 정작 이 섬의 존재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파토피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하늘 위에 섬을 건조하는 계획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섬에 대한 정보는 끝내 대중에게 공표되지 못했기에 섬의 존재에 대해 아는 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우리에 의한, 오로지 우리만을 위한 낙원.

 현실에 구현된 낙원, 이파토피아는 현재로서 사실상 완성된 상태입니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 섬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으니 그들에 의해 풀 한 포기 짓밟힌 적이 없을 터입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수십 년을 들여 준비할만큼 거창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만큼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빠지는 부분 하나 없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동으로 말이에요! 간섭받지도 더럽혀지지도 않는 하늘 위의 땅이라니, 이는 말 그대로의 낙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곳을 새로운 둥지로, 우리의 마지막 유토피아로 삼으리라 결정내렸습니다.

: 현재 이파토피아는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중입니다. 그 누가 사용하더라도 문제 없을만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섬 전체가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도망쳤습니다. 가시돋친 길을 지나, 하늘 위에 떠오른 우리의 낙원으로.

: ‘ 재능인 ’으로서 불리며 살아가던 당신에게 초대장 한 장이 도착합니다. ‘이파토피아’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쓰여있는 건 마치 사탕이라도 발린 듯 달콤한, 함께 살아가자는 말.

YOU

  찬란한 재능을 가진 당신, 그러나 이 가혹한 세계에 의해 내몰려 끝내 버려지고 만 당신.이파토피아는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세계에 의해 버림받았다면, 이번에는 당신이 그 세계를 버리고 떠나갈 차례입니다. 당신이라면 하늘 위의 낙원으로, 실존하는 이 유토피아로 올 자격이 충분합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내둔 상태입니다. 남은 것은 오직 당신이 결심하기 위한 시간뿐입니다. 침체된 세계에서의 전부를 버리는 건 당신의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함께해준다면 우리는, 우리들은 비로소 [ 재능인 ]이 아닌 우리들 자신으로서, [ 한 사람 ]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될 겁니다.

:: 지금부터는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우산을 접고 이곳으로 와요, 사랑스러운 당신. 더 이상 쏟아지는 빗물에 떨지 않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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